
세계 최고 권위의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의 코트 위에는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정작 이 거대한 대회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숨은 주역들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한 군인 스튜어트 제도입니다. 제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고 대회장 곳곳을 지키는 이들은 놀랍게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는 순수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영국의 현역 군인들이 왜 자신의 금쪽같은 개인 연차 휴가까지 써가며 윔블던으로 달려오는지,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훈훈한 반전 일상과 대회의 특별한 전통을 짚어보았습니다.
전쟁의 상흔에서 피어난 80년의 역사와 전통
윔블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군인 스튜어트 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전쟁의 포화로 인해 무너지고 파괴된 윔블던 대회장을 복구하기 위해 수많은 군인이 투입되어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대회가 재개되었을 때 윔블던 측은 이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자 군인들을 대회의 스튜어드로 특별 초청했고, 이 아름다운 인연이 단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올해로 영광스러운 8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개인 연차 쓰고 무급 봉사, 1400명 중 선발된 정예 멤버들
이들의 참여 방식은 군대의 강제 차출이 아니라 철저한 자발적 지원으로 이루어집니다. 육군, 해군, 공군에서 복무 중인 현역 군인들이 오직 윔블던에 기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본인에게 지급된 소중한 개인 연차 휴가를 사용해 대회로 향합니다. 올해 역시 무급 자원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400명의 현역 군인이 지원서를 던졌으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최종 500명의 군인이 현장에 배치되었습니다. 이들은 티켓 확인부터 좌석 안내, 관중 안전 유지, 그리고 무더위에 지친 관람객 구호 활동까지 대회의 모든 실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밤샘 텐트촌 기상 미션부터 관중석의 숨은 손길까지
군인 스튜어트들은 딱딱한 제복 속에 숨겨진 특유의 유머와 여유로 윔블던의 명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윔블던의 유명한 밤샘 대기줄 문화인 더 큐(The Queue) 공원 텐트촌에서는 매일 아침 6시마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다정하고 유머러스하게 팬들을 깨우며 활기찬 아침을 엽니다. 또한 비가 자주 내려 경기가 중단될 때면 지루해하는 관중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경기 종료 후 우승 선수가 환호하며 가파르고 비좁은 플레이어스 박스로 뛰어올라갈 때 선수의 몸을 밑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위에서 끌어당겨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도 바로 이들입니다.
센터 코트 가득 울려 퍼지는 감동의 기립 박수
윔블던 대회 첫 주 토요일이 되면 센터 코트에서는 가슴 뭉클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경기장에 서 있는 군인 스튜어트들을 향해 수만 명의 관중은 물론, 로열 박스에 앉은 VIP들까지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경의의 기립 박수를 보내는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전면 취소되었다가 재개되었던 2021년의 기립 박수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당시 참가한 군인들 대부분이 전날까지도 방역 최전선과 백신 보급 작전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윔블던으로 복귀한 이들이었기에, 영국 언론들은 이 순간을 진정한 영웅들을 향한 감사의 시간이라며 대서특필하기도 했습니다.
제복의 자부심과 관람객이 건네는 따뜻한 감사의 인사
인터뷰에 응한 군인 스튜어트들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축제에 군인의 명예를 걸고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평소 엄격한 군 복무 중에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대중들의 기립 박수와, 대회장 곳곳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다가와 수없이 건네는 따뜻한 감사의 대화들은 연차를 쓰고 달려온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큰 보상입니다. 80년 동안 이어져 온 군인 스튜어트들의 헌신은 윔블던을 단순한 스포츠 대회를 넘어 인류의 연대와 리스펙트가 살아 숨 쉬는 격조 높은 문화의 장으로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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